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어느날 거리에서 불행한 여자 옆을 지나다가 그녀는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내가 저 여자처럼 얼굴에 커다란 점이 있어도 나를 사랑했을 것 같아?" 질문에는 "그렇다"는 대답에 대한 갈망이 숨어 있다.
몸이라는 세속적인 표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비참하게 어떻게 바꾸어 볼 수 없는 표면보다 높은 곳에 사랑을 놓아 달라는 요구이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너의 재치나 재능,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너의 눈 색깔이나 다리의 길이나 수표책의 두께 때문이 아니라, 네 영혼의 깊이 때문이다.
연인이 외적 자산을 벗어버린 나를 좋아하고, 무엇을 이루었냐에 관계없이 우리 존재의 본질을 평가해 주고, 흔히 부모와 자식 사이에 존재한다고 말하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되풀이 해 주기를 바라는 갈망이다.
진정한 자아는 우리가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다. 그 외에 우리의 이마에 점이 생긴다든가, 나이 때문에 몸이 시든다든가, 불황 때문에 파산을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우리 표면에 불과한 것에 손상을 주는 사고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제 해 주어야 한다.
설사 우리가 아름답고 부유하다고 해도, 이런 것들 때문에 사랑 받고 싶어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서 그것이 사라지면 사랑도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이 내 얼굴보다는 머리를 칭찬해 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꼭 얼굴을 칭찬해야 겠다면, 정적이고 피부 조직에 기초를 둔 '코'보다는 운동신경과 근육이 통제하는 '미소'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해주기 바란다.
내 소망은 내가 모든 것을 잃고 '나'만 남았다고 해도 사랑을 받고 싶은 것이다. 이 신비한 '나'는 가장 약한 상태의, 가장 취약한 지점에 자리잡은 자아로 간주된다.
내가 너한테 약해 보여도 될 만큼 나를 사랑하니? 모두가 힘을 사랑한다. 하지만 너는 내 약한 것 때문에 나를 사랑하니? 이것이 진짜 시험이다. 너는 내가 잃어버릴 수 도 있는 모든 것을 벗어버린 나를 사랑하는가? 내가 영원히 가지고 있을 것들 때문에 나를 사랑하는가?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 -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