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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런테인먼트

현진호 2006. 7. 4. 16:22
‘멀티플렉스’ 학교가 필요하다

지역 학교에 보육원·요양시설 갖춰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적극 대응을

▲ 최동규건국대 건축대학원겸임교수·건축사
얼마 전 출장 차 방문한 일본 지바현 이치가와시에 위치한 제7중학교. 1층엔 지역 맞벌이 엄마들이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원이 있었고, 4·5층엔 지역 노인들이 모여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길 노인 요양시설(Care House)이 있었다. 일본의 임대형 민자사업(BTL: Build Transfer Lease)의 일환으로 민간업체가 학교 부지 위에 노인 요양시설, 문화 공간, 보육시설 등의 시설을 효율적으로 건설해 지역 주민의 접근성을 높이고 편의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학교 복합화 시설, 요즘 말로 ‘멀티플렉스’ 학교다. 특히 저출산으로 아이가 하나뿐인 가족에게 보육원은 아이들이 가장 참여하고 싶어하는 프로그램으로 환영받고 있다고 한다. 멀티플렉스 학교는 저출산과 고령화가 사회경제적 핵심 키워드로 부상한 우리나라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에서도 2005년부터 민간자본을 이용하여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을 발표하며 학교 복합화 시설을 중심으로 BTL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서울 금호 초등학교는 국내 BTL의 첫 대상학교로 선정되어 1층에 문화센터를 만들고 실내체육관은 방과 후 주민에 개방하는 등 새로운 변신을 꾀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교육문제와 함께 문화·복지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고 국내에서도 적은 국토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복합시설의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아직 국내의 학교 복합화 시설은 대부분이 지하주차장을 개발하거나, 체육관 등 일부 학교시설에 한해 주민들에게 개방하는 정도의 소극적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어 보다 발전적인 학교 복합화 시설 마련을 위한 방안이 절실하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정부가 한국건축가협회와 ‘학교 복합화 시설’을 주제로 다양한 건축공모전을 진행하고, 해외 저명 건축가 및 석학들을 국내에 초청해 현실적 대안 마련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학교복합화 시설의 저변 확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학교 복합화 시설은 교육·문화·복지 수요의 원스톱(One-Stop)충족과 지역 주민에게 평생교육시설 제공 등 공공시설의 입체적·효율적 이용측면에서 그 기대효과가 크다. 따라서 커뮤니티 스쿨에 거는 주민 기대는 갈수록 매우 크다. ‘학교 복합화’ 건축 공모전을 통해 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정부의 BTL 사업 아이디어와 맞물려, 교육여건의 개선이라는 직접적인 효과는 물론 경제활성화와 함께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