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이 버려지고 있다. 이는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특히 장애아동들의 경우 그 문제가 더 심각하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W사회복지법인에는 현재 30여명의 장애아들이 입소해 있다. 이들 중에는 생활보호대상자의 자녀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부모들이 버린 아이들이다. 이들은 모두 뇌병변장애나 중증정신지체장애 등 장애정도가 심해서 버려졌다.
시설 관계자는 “18세가 되기까지는 여기서 지낼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다른 시설로 전원하거나 자립해야 하는데 청장년을 위한 장애시설은 극히 드물다”고 전했다.
장애인 시설마다 입소인원을 법으로 지정하고 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이 버려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어렵다. 복지부도 “버려지는 장애아동에 대한 통계는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에 따르면 사회복지시설은 2004년 214개소에서 2005년 238개소, 2005년말 260개소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노인과 장애인 시설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 그만큼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입양원의 관계자는 “미숙아나 구개순 파열 등은 엄밀히 장애아로 구분되긴 하지만 치료를 잘 받으면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도 불구하고 버리는 부모들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관계자는 “오늘 들어온 아이도 다운증후군이어서 부모가 우리 입양원에 맡겼는데 장애아들은 입양도 쉽지가 않아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이런 장애아 시설들은 국가에서 주부식비, 시설운영비, 인건비 등을 지원받는다. 이들 장애아의 병원진료는 이들이 대부분 의료보호 1종 대상자이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지만 그래도 부족한 게 사실이다. J재활원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을 때는 병원 사회복지팀이나 후원회, 또는 자비를 통해 치료한다”고 털어놨다.
장애아들을 버리는 이유는 미혼모이거나 사회적인 시선이 두려워 키울 자신이 없거나, 다른 형제자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거나 등 다양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감당할 수 없는 양육의 고통 때문이다.
1급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고 있는 한국장애인부모회 회원은 “중증 장애 아이를 키우려면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든다. 그리고 아이의 엄마들이 24시간 장애아를 돌봐야 하는데 지쳐서 우울증에 걸리기도 하고 못 견디고 야반도주를 하거나 이혼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전하고 “가정의 해체되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버리거나 시설로 보낼 수 밖에 없다”며 정부가 장애아를 둔 가정의 해체를 막아줘야 장애아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혼모들이 낳은 장애아들도 문제다. 서울시립아동병원 정경은 원장은 “미혼모나 비정상적인 출산일 경우 많이 버려지는데 이렇게 버려진 아이들이 바로 시설로 가는 건 문제가 많다. 병원에서 의료적인 판단을 한 후에 보내 장애아가 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이런 시스템의 부재가 아쉽다”고 전했다.
정 원장은 “여름에도 버려지는 아이들은 저체온증에 걸리기 쉬운데 요즘같이 추운날씨에 버려지는 신생아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럴 경우 아이들이 멀쩡해보여도 뇌손상을 입어 장애가 올 수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 이렇게 버려지는 장애아들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국가적 지원 필요 ▲미혼모 방지 위한 교육 ▲미혼모 혼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 마련 ▲장애아동 전문치료시설의 증가를 제시했다.
정 원장은 “요즘 같은 성 개방 풍토에서는 미혼모 양산을 막기 위한 교육이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혼모 혼자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여건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아이를 낳은 미혼모를 위한 쉼터 등이 많은 곳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미혼모들이 이곳에 오래 머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장애아들을 치료할 수 있는 전문적인 병원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는 서울시립아동병원이 거의 유일하다. 복지부에서 각 도별로 장애아동 전문병원을 건립하는 안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청장년 장애시설도 부족하다. 시립아동병원 관계자는 “청장년장애인들은 몸도 더 굳고 체중도 많이 나가며 여성의 경우 생리까지 해 아무래도 아이와는 달리 관리가 힘들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장애아를 둔 한 부모도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갈 때가 없다. 전국의 110여 곳의 복지관이 있지만 부족하다보니 복지관에서 선별을 하고 중증일 수록 못가게 된다”고 전했다.
한국장애인부모회 회원들은 “우리나라의 장애정책은 당사자인 장애아를 둔 부모들을 배제하고 소위 말하는 전문가들에 의해 탁상공론식으로 처리돼왔다”며 “정부에서의 지원은 장애아를 둔 부모가 기초생활 수급권자일 때만 부양수당으로 5만원정도 지원되는 게 전부다. 장애아를 사랑으로 보살필 수 있도록 정부에서 필요한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제휴사/메디컬투데이 (www.mdtoday.co.kr) 이상훈 기자